ㆍ전문인력 배출·미국과 기술 교류·민관협의회 구축 등 본격 시작 ㆍ‘기술연구소’ 입지 연말 선정…“해체 기술, 미래 성장동력 될 것”
‘탈원전’ 정책을 표방한 정부가 원전 해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 6월 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의 안전한 해체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시선의 끝은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세계 원전 해체 시장을 향하고 있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원전 해체 전문인력 120명을 배출하고 선진국과의 기술 교류, 원전 해체를 위한 민관협의회 구축, 원전 해체 연구소 설립 등을 추진한다.
우선 원전 해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ANL)와 미국 전력연구원(EPRI), 국내 대학 등에서 위탁교육을 실시해 전문인력 80명을 배출할 계획이다.
특히 아르곤 국립연구소는 미국에서 해체한 15기의 원전 중 12기를 해체하면서 상당한 양의 기술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내 제염·절단, 사용후핵연료 교육 과정에도 40명이 참가한다.
정부는 또 올해 하반기에 기업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해체산업 민관협의회’를 만든다. 고리 1호기의 해체 준비를 점검하고 해외 해체 시장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산·학·연, 지자체 등이 참여하는 ‘원전 해체 비즈니스 포럼’도 개최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영국 원자력해체청(NDA)과 공동 워크숍을 여는 등 정보 교류를 위한 국제협력에도 나선다.
연말에는 ‘원전 해체 기술연구소’ 설립 계획을 발표한다. 이 연구소는 산·학·연 간의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해체 기술 개발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권 지역에 들어설 예정이며, 현재 지자체 간에 유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맞춰 공기업의 조직개편도 시작됐다. 한전기술은 전날 원자력본부 산하에 ‘원전해체사업실’을 신설하고 원전 해체, 방사성 폐기물, 사용후핵연료 등 원전 사후관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주요 원전 선진국들이 원전 가동을 중단하면서 원전 해체 시장은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IAEA에 따르면 전 세계 원전 447기 중 가동한 지 30~39년 된 원전은 181기이며, 40년 이상 된 원전도 101기에 달한다.
IAEA는 2050년 원전 해체 시장 규모를 9000억달러(약 1000조원)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원전을 완전 해체한 경험이 있는 나라는 미국(15기)과 독일(3기), 일본(1기)뿐이다.
해체 기술을 100% 갖게 되면 그만큼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어 정부는 핵심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의 원전 해체 기술력은 선진국의 70~80% 수준이며, 원전 해체에 필요한 상용화 기술 58개 중 41개를 갖고 있다. 원천 기술은 11개가 부족한 실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해체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며 “기술 노하우 축적은 안전한 원전 사후관리의 전제조건이자,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