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原電 돌릴 인력이 없다
 
 

 
 
"해외 원전 수주를 많이 한다고 무턱대고 좋아할 것만 아니다. 원전을 돌릴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종합 관리ㆍ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2009년 한수원은 정부의 공기업 인원 감축 정책에 따라 기존 인력 중 10%를 감축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로 해외 원전 수출의 물꼬를 튼 데다 국내에서 한꺼번에 8기의 원전 건설에 나서면서 원자력 전문인력이 부족해지자 올해 서둘러 400명의 인력 채용에 나섰다. 한수원 관계자는 "공기업별로 차별화해 인력조정을 해야 하는데 일률적으로 인원을 정리하다보니 숙련된 원자력 전문인력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인력 수급 불균형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UAE 원전을 가동하려면 단순 노무인력을 뺀 시공ㆍ운영ㆍ제조 등 원자력 전문인력만 1000명 정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심각한 인력부족 사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내년에만 한국수력원자력, 한전기술, 두산중공업, 원자력연구원 등 원자력 관련 공ㆍ민간기업들이 신규 채용해야 할 전문인력만 1645명에 달한다고 지식경제부는 추정하고 있다. 또 2015년까지 추가로 8900명, 2020년까지 2만3900명을 채용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원전특성화대학 선정 등 원자력 전문인력 양성 대책을 마련했지만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중장기 대책으로 시급한 원자력 숙련 전문인력을 당장 확보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한국이 외국에서 원전을 추가로 수주할 경우 원자력 전문인력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화돼 결국 해외 원전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경고음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현대건설 원자력사업본부 송진섭 상무도 "해외 원전을 추가 수주하려면 엔지니어 전문인력을 더 많이 키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최근에야 부랴부랴 원자력 인력 양성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등 호들갑을 떨고 있는 한국에 비해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은 일찍부터 원자력 전문인력 확보에 나섰다.
 

미국 원자력발전소 보그들 1,2호기(가동중)와 건설중인 보그들 3,4호기 현장모습

세계적 원자력업체 웨스팅하우스의 서밋 레이 이사는 "신규 원전 건설과 기존 인력 고령화로 최근 엔지니어 채용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며 "지난 1년간 전 세계에서 1000여 명을 채용해 종업원 수가 8% 정도 늘었고 또 지난 5년간 전체 직원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5000여 명을 신규 채용했다"고 말했다.

웨스팅하우스뿐 아니라 아레바, GE 등 글로벌 원자력기업들이 최근 MIT의 우수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앞다퉈 기술협력과 지원을 늘리고 있다. 아레바는 지난해 글로벌 인재 1만2000명을 충원하겠다고 나섰다.

앞으로 5년 안에 기존 원자력 인력 중 30% 이상(약 2만명)이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은 에너지부(DOE)를 통해 대학에 장학금과 연구시설을 지원하는 원자력 에너지 대학 프로그램(NEUP) 규모를 지난해부터 2배 이상 늘렸다. 정부와 기업의 노력으로 미국 대학의 원자력 분야 정원이 최근 5년간 2배로 증가했다. 일본은 2007년 문부과학성과 경제산업성이 원자력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올해 약 4억엔을 투자했다. 프랑스도 2007년부터 인력 양성에 나섰다. 프랑스 원전 운영자인 프랑스전력공사(EDF)가 투자해 여러 대학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매일경제신문 2010.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