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공공기관의 신입사원 채용 때 이른바 ‘스펙’을 배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학벌이나 학점, 영어성적, 자격증 등을 원천 배제하는 대신 스토리텔링과 오디션 등을 활용해 해당 기관이 필요한 취업 지망생의 업무 능력을 각자 점검하는 방식으로 공공기관 채용 방식이 개편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5일 “스펙을 초월한 채용시스템을 만든다는 차원에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공공기관 신입사원 공채에 서류전형을 아예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서류 전형 과정에서 이른바 ‘스펙’의 커트라인을 잡아놓고 100명 응시하면 10명만 통과시켜 면접 등 전형을 진행하고 있다”며 “구직자를 제대로 판단할 기회가 없고 구직자 입장에서는 이유도 모른 채 불합격을 반복하는 모순이 이어지고 있어 시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서류전형을 없애는 대신 한국남동발전과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일부 공기업이 고졸 인턴사업 채용에 실험적으로 도입한 스토리텔링이나 오디션 방식 등을 검토 중이다. 스토리텔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채용 방식이다.
구직자가 온라인을 통해 이름과 연락처, 성별, 연령대 등 학벌·학점·영어성적 등이 배제된 기본적인 정보만 제시하면 평가관과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스토리텔링)에서 자연스럽게 자기소개와 지원 동기, 준비 과정 등을 소개한다.
평가관이 수행과제를 내주면 동영상이나 파워포인트 등 결과물을 SNS에 올리는 방식을 반복하면서 업무 능력을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 혹은 팀을 이뤄 예선과 본선 등 토너먼트를 거치는 오디션 기법이 도입된다. 오디션이 끝나면 참가한 구직자와 재직 직원들의 평가가 이뤄진다.
정부는 단순 지식 위주의 필기시험을 직무능력 평가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공공기관 공통 인성·업무능력 평가와 기관별 특성을 반영한 직무능력 평가를 혼합해 구직자의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공기업을 대상으로 스펙 초월 채용시스템 개편 방안을 받아보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스펙을 무시한 채 서류 전형 대신 직무능력 중심으로 평가해 선발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물어보면 기존 전형으로 뽑은 사람보다 부족하지 않다고 한다”면서 “공공기관에서 먼저 시행해보고 평가가 좋으면 민간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