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베르트 뢰트겐 환경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간) "집권 기독교민주당과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 기독교사회당이 논의를 갖고 원전 폐쇄 시점을 2022년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독일은 전체 17개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해왔으며, 그중 1980년 이전에 건설된 원자력발전소 7기는 지난 3월부터 이미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또 2007년 원자로 변압기 화재가 발생한 크루멜 원전도 일시 가동 중단했다. 이와 관련해 뢰트겐 장관은 "가동 중단된 8개 원전을 제외하고 나머지 9기 중 6기는 2021년 말 폐쇄한다"고 밝혔다. 또 "가장 최근인 1988년 완공된 나머지 3기도 비상전력 수요 충당용으로 2022년까지만 가동한 후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가동 중단된 원전 8기는 앞으로 재가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독일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직후 3개월 동안 안전 점검을 실시해 가동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독일은 2010년까지 원전 17기를 통해 소비전력의 약 23%를 생산했다. 독일 정부는 원전 폐쇄에 따른 전력 부족분은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할 계획이다. 풍력ㆍ태양광ㆍ수력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는 현재 독일 소비 전력의 약 17%를 차지한다.
로이터통신은 독일 연정이 원전 폐쇄 시점을 전격 합의한 이유로 3월 지방 선거 패배를 꼽았다. 독일 집권 기독교민주당은 3월 실시된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회 선거에서 58년 만에 패배했다. 집권당이 `텃밭`을 내준 데는 3월 초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가 터지면서 인근 원전이 4개나 있는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민심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가 지난해 9월 17개 원전 가동 기간을 평균 12년씩 연장한다고 결정한 점도 여론에 악영향을 미쳤다. 당시 독일 정부는 2008년 합의한 `유럽연합 온난화 방지 패키지`에 따라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1990년의 60% 수준으로 낮추려면 원자력발전밖에 대안이 없다는 점을 내세웠다. `안정적인 공급과 싼 생산 가격` 등도 원전 가동기간 연장의 주요 논리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독일 정부는 선거를 보름도 남기지 않고 즉각 노후 원전 7기의 운영을 중단했지만 이미 돌아선 표심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원자력발전을 지지했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선거 패배 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일본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견해가 변했다"면서 원자력 정책 방향을 폐쇄 쪽으로 완전히 바꿨다.
앞서 이웃나라인 스위스는 26일 "2034년까지 국내 5개 모든 원자력발전소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스위스는 전체 전력 생산량의 무려 39%를 원전에 의존한다. 그러나 국민의 원전 운영 반대가 점차 심해지면서 도리스 로이트하르트 환경장관은 26일 "현재 운영 중인 원전이 수명을 마치면 새 원전으로 대체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반면 원전 선진국인 프랑스는 독일의 원전 폐쇄 조치를 비판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프랑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독일의 원전 폐쇄 조치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늘리는 효과를 나타내 오염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