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원자력산업의 시금석이 될 '신고리원자력발전소(설비용량 1400MW급  3ㆍ4호기' 전경

세계 최초 제3세대 원전 시대가 열렸다. 국내 25번째 원전이자 토종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모델 APR1400으로 건설된 신고리 3호기(설비용량 1400MW급)가 운영허가를 취득했다.

29일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이은철)는 ‘제47회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열고 신고리 3호기 운영허가를 의결했다. 이날 원안위는 그간 제어봉위치전송기(RSPT) 기기검증 등 추가로 확인된 현안사항과 재질적합성, 품질등급, 설계 개선에 따른 품질 문서 등 유사사례를 종합적으로 추가 확인한 사항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아울러 중대사고시의 안전대응책 및 다수호기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에 대해서는 상세한 계획을 수립해 원안위에 보고할 것을 권고하며, 최종 운영허가를 승인했다.

◆‘파란만장’ 신고리 3호기 ‘산고(産苦) 극복기’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일원에 건설된 신고리 3호기는 국내기술로 개발된 신형가압경수로(APR1400)로서 개선형 한국표준형원전(OPR1000)을 토대로 해외 신형원전의 신개념 기술을 참조해 설계된 국내 첫 3세대 원전이다. 특히 신고리 3호기를 참조모델로 UAE에 원전 수출을 이룩하면서 그야말로 전 세계 원자력계가 신고리 3호기 건설과정에 집중했다.

2007년 9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전원개발사업실시계획을 승인받아 부지정지 공사에 돌입한 신고리 3호기는 ▲2008년 4월 원전안전위원회로부터 건설허가 취득 ▲3호기 본관 기초굴착 착수 ▲2008년 10월 최초 콘크리트 타설 착수 등 본격적인 구조물 및 기전공사를 수행했으며, 2012년 5월 상온기능시험 및 2012년 11월 고온기능시험을 완료했다.

그러나 신고리 3호기의 ‘파란만장’ 산고(産苦)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원전에 대한 안전성 강화가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대형 자연재해 상황에 대비한 개선조치 사항들이 반영됐으며, 방수문 설치, 화재방호시스템 강화 등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사고에 안전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보강조치를 취했다.

또 ‘밀양 765kV 송전선로 건설공사’로 인한 한전과 지역 내 갈등이 심화되면서 급기야 NGO단체와 정치권은 연일 ‘신고리 3호기 건설중단’을 촉구하는 공세를 펼쳤다. 이에 설상가상으로 안전등급 제품인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가 위조’ 사실이 들어나면서 그에 대한 교체작업이 1년여 가까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연말 3호기 보조건물 내 RD밸브룸 가스누출로 인한 인명사고가 발생해 수개월에 걸친 경찰수사가 이어지면서 ‘무결점, 무사고 건설완료' 오점을 남겼다.

이후 신고리 3호기는 KINS의 심ㆍ검사를 거쳐 지난 3월부터 원안위의 운영허가 심의가 3번(3월 26일, 4월 10일, 4월 23일)에 걸쳐 진행됐지만 결국 심의는 잠정적으로 연기됐다.

하지만 이날 원안위의 운영허가 취득이 결정된 신고리 3호기는 2007년 11월 28일 첫 삽을 뜨며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간 지 7년 11개월 만에 ‘파란만장’ 산고의 종지부를 찍었다.

◆APR1400, 무전원 수소제어장치 등 안전 강화 23건 개선
한편 이날 ‘신고리 3호기의 운영허가’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원자력계는 “국내 최대 출력인 1400MW 발전소 시대가 열렸다”며 “UAE 수출원전과 동일 노형인 APR1400이 본격 가동을 앞둠에 따라 APR1400의 추가 수출 가능성이 한층 밝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현재 신고리 3호기는 원전 안전성과 품질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시운전시험 및 연료장전 등 후속공정을 완벽하게 추진 중”이라며 “2016년 5월 상업운전 개시를 목표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수원에 따르면 APR1400은 1992년부터 2001년까지 10년에 걸쳐 2346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원전의 안전성, 경제성, 운전 및 정비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킨 원자력발전소이며,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지진 등 대형 자연재해에 견딜 수 있도록 전기없이 작동하는 수소제거설비 설치 등 안전성 강화를 위한 23건의 개선사항을 운영허가 취득 이전에 완료했다.

그러나 신고리 3호기의 운영허가 취득은 우리나라의 원전기술의 우수성과 원전건설 능력을 세계적으로 널리 입증했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도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

현재 전 세계 ‘제3세대’ 원전으로 평가되는 AP1000(미국), EPR(프랑스) 원전은 미국, 프랑스, 중국, 핀란드 등에 각각 8기, 4기 건설 중이지만 최소 1년에서 10년 이상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신고리 3호기의 운영허가 취득을 통해 APR1400은 경쟁노형에 비해 가장 앞서 원자로에 원전연료를 장전하게 됐으며, 시운전시험을 거쳐 상업운전을 개시하게 되면 APR1400의 안전성이 구체화됨으로써 해외 원전시장 진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UAE 원전 4기 수출을 통한 경제 파급효과는 직접효과 21조원(수주금 200억US$)과 국내산업 생산유발 및 부가가치 유발효과 약 34조원 등 모두 약 55조원에 달할 정도의 대규모여서 추가 수출 성사 시 큰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또 설계, 제작, 시공, 운영 등 선진 원전기술과 기자재를 원전 도입국가에 수출해 국내 기자재산업 발전에 기여는 물론 입증된 기술력확보로 미국 NRC(원자력규제위원회) DC(설계인증) 취득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신고리 3호기 운영허가 취득’에도 속이 타는 쪽은 한국전력이다. 신고리 3호기를 참조모델로 UAE에 원전을 수출한 한전은 신고리 3호기의 연내 가동승인이 어려워지면서 정상가동이 이뤄질 때까지 매월 공사대금의 0.25%에 패널티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2012년 11월 21일 본 공사 착공에 돌입해 오는 2017년 준공을 목표로 삼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Barakah) 원전에 사업자인 UAE원자력공사(ENEC)도 ‘신고리 3호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 관계자는 “신고리 3호기가 APR1400 최초 원전인 만큼 ▲초도품목 제작지연 ▲공급사 품질성적서 위조에 따른 안전등급 케이블 전량 교체 ▲후쿠시마 후속조치 등으로 인해 사업일정이 약 32개월 가량 지연됐다”고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이는 원전의 품질확보를 위한 불가피하게 소요된 기간이었다. 준공지연에 따른 UAE 원전사업 영향은 극히 미미하고 건설 및 시운전경험 피드백을 통해 UAE원전에서는 안전성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