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원전에 도전★ 초장주기 원자로, 핵연료 교환없이 최장 100년간 사용     초장주기 원자로, 핵연료 교환없이 최장 100년간 사용     일본은 30년 운전 가능한 원자로 개발 - 울산과학기술대 지난해부터 연구 시작

◆ `꿈의 원전` 에 도전한다 (上) / 초장주기 원자로 ◆     최근 방영된 한 방송 드라마는 신형 원자로를 둘러싼 첩보요원들의 대결을 다뤘다. 여기서 한국이 개발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는 신형 원자로는 핵연료를 교체할 필요 없이 최장 10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꿈의 원자로`다. 한마디로 핵폐기물(사용후 핵연료) 걱정 없이, 원자력발전소 수명이 다할 때까지 핵연료를 태운다.   물론 신형 원자로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실제 개발은 진행되고 있다. 신형 원자로 이름은 `초장주기원자로(Ultra-long Cycle Fast ReactorㆍUCFR)`. 초장주기고속로라 부르기도 한다. 아이디어는 이미 1950년대 말에 등장했으나 구체적인 연구개발은 최근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소듐냉각고속로를 차세대(4세대) 원전의 표준으로 삼고 개발하고 있지만 초장주기원자로에 대한 연구도 최근 시작했다. 초장주기원자로 역시 고속증식로의 일종이다. 일반적으로 고속증식로는 냉각재로 물 대신 액체금속이나 가스를 이용하며 우라늄 이용률이 기존 원자로보다 100배 이상 높다. 또 핵연료를 태운 뒤에 독성이 비교적 약하고 반감기가 짧은 방사성 물질이 남는 게 장점이다. 기존 경수로에 비해 사용 후 핵연료 처리가 수월해진다. 특히 일반 고속로가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나 재활용해 원료로 사용하지만 초장주기원자로는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나 재활용이 필요없다는 게 특징이다. ◆ 차세대 원전의 `플랜B` = 지난해부터 초장주기원자로 연구를 시작한 울산과학기술대(UNIST)의 친환경에너지 공학부 실험실. 대학원생들과 함께 고속원자로 핵연료의 안전실험을 하고 있던 방인철 교수는 "초장주기원자로는 한마디로 한국 차세대 원전의 `신개념모델`이자 수출이 유망한 미래 원자로"라고 소개했다. 방 교수는 "다른 나라에 원전을 수출할 때 핵확산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으므로 전략적인 수출 원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통 일반적인 상용 원전에 활용하고 있는 경수로는 1~2년에 한 번씩 핵연료를 교환해야 한다. 원전 원료인 우라늄이 불완전 연소하므로 새로운 우라늄을 계속 투입해야 한다. 핵연료에서 태울 수 있는 것은 우라늄-235로 전체 연료의 3%에 불과하다. 97%는 사용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폐기물이 되는 셈이다.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태울 수 있지만 이때 발생하는 플루토늄은 핵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딜레마다.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나 재활용 없이 연료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초장주기원자로의 핵심 개념이다. 원자로 내에서 핵연료가 서서히 연소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UNIST 원자력기초공동연구소는 100년까지는 어려워도 일반적인 원전 수명인 60년 동안 태울 수 있는 원자로 개발에 목표를 두고 있다. 물론 아직 초기 연구 단계에 있고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 현재 UNIST 연구팀은 김시환 교수(시스템 설계 기술), 손동성 교수(고연소도 핵연료 개발), 김용희 교수(원자로심 전산해석 기술 개발), 김지현 교수(고속중성자의 연쇄반응을 견디는 고성능 핵연료 피복재 기술 개발), 방인철 교수(고성능 냉각재 안전 기술 개발) 등이 주축이 돼 기술적인 난제를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미국ㆍ일본도 개발 = 미국과 일본은 우리보다 한발 앞서 있다. 미국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신형 원자로 `TWR` 역시 초장주기원자로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후원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게이츠는 원전 상용화를 위해 수조 원대를 투자할 계획이며 10년 내 개발 완료를 목표로 삼고 있다. 테라파워는 현재 50~100년주기 원자로 개발을 목표로 여러 개념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 출력 100㎿에서 상용 원전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1000㎿급 원자로까지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30년 정도의 비교적 짧은 수명을 지닌 소형 초장주기원자로는 이미 개발돼 있다. 도시바는 1988년부터 일본 전력중앙연구소와 4S라는 10㎿급(일반 상용 원전의 100분의 1) 원자로를 만들었다. 30년 연속 운전이 가능한 소형 원자로 개발을 마치고 지난해 미국 인증을 신청해 2014년 1호기를 착공한다는 목표다. 이 원자로는 알래스카주 외딴 도시 발전원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일부 전문가는 대용량 원전에 적용하는 데 필요한 기술 실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두일 TUV-SUD 한국지사 대표는 "초장주기원자로는 개념은 훌륭하지만 핵융합만큼이나 실현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용어설명 고속증식로 =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는 데 고속중성자를 이용하며, 소비된 연료 이상의 연료물질(플루토늄)이 생기기 때문에 우라늄 자원의 이용효율이 크게 높아진다. 냉각재로 주로 액체금속을 사용하는데 소듐(나트륨)을 사용하는 원자로가 소듐냉각고속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