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6위 원자력 선진국… ‘원전 3대 강국’ 꿈꾸다
원전 건설ㆍ운영 능력 세계 최고 수준/‘스마트 원자로’‘계속운전’ 기술 보유
◇ 원전 가동 30여년 만에 이뤄낸 성과
2009년 12월 27일, 대한민국에 중동 발 낭보가 전해졌다. 한국이 400억 달러에 달하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수주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원전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원자력으로 전기를 생산한지 정확하게 31년 만에 이룬 쾌거다. 또한 우리나라 원자력 수준이 어깨 너머로 외국의 원자력 기술을 배우던 시절을 지나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원자력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6위의 원자력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원전 플랜트 첫 수출은 경제적인 가치로 따져보면 조선, 반도체, 자동차에 이어 우리나라 ‘제4의 신성장동력’으로도 손색이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지식경제부 역시 UAE 원전을 수주한 직후인 지난해 1월 대통령 주재 비상대책회의에서 “2030년까지 원전 80기를 수출 하겠다”며 ‘원전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운영기술
우리나라의 원전 운영기술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우리나라가 UAE 원전을 수주하고 남아공 및 세계 여러 국가와 원자력 협정을 맺을 수 있었던 것 역시 뛰어난 기술력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의 원전 건설과 운영 능력은 원전 종주국인 미국과 자국 전력공급량의 80%를 원자력으로 공급하는 프랑스보다 더욱 뛰어나다. 우리나라의 원전 이용률은 91.71%(2009년 기준)로 세계 평균 원전 이용률인 79.36%(2008년)를 훨씬 웃돌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수력원자력㈜은 안정적인 전기 에너지 수급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구온난화와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가로 인해 원자력 발전이 세계적으로 재조명받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의 원전 운영기술은 ‘코리안 모델’이라 불리며 원자력 발전을 새로이 도입하려고 하는 동남아시아, 중동, 동유럽 국가들의 롤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 스마트 원자로’,‘계속운전’으로 원전 3대 강국 꿈꾸다.
우리나라는 기존의 원전강국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스마트원자로’와 ‘계속운전 기술’이라는 두 가지 비장의 무기를 갖추고 전면전을 치를 준비에 한창이다. ‘스마트원자로’는 우리나라가 1990년대부터 독자모델로 개발 중인 중소형 원자로인데 원자로의 주요 기기를 한 개의 압력용기 안에 장착한 일체형 원자로로 전력 생산과 더불어 해수 담수화에도 활용할 수 있는 똑똑한 원자로다. 또한 스마트원자로는 대형 원자로에 비해 규모를 늘리거나 축소할 수 있어 특히 개발도상국과 물 부족국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스마트원자로 개발로 우리나라는 300㎿ 이하급의 중소형원자로 시장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인정을 받고 있다. 2011년에 스마트 원자로의 개발이 완료되면 이를 활용해 350조원 규모의 중소형 원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며, 정부도 2012년부터 스마트원자로를 상업화하고 수출기반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스마트원자로와 더불어 ‘계속운전’ 또한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력이 돋보이는 분야다. 계속운전이란 설계수명에 도달한 원전에 대해 법적 기준에 따라 안전성을 평가하고 문제가 없을 경우 운전을 계속하는 것을 말한다.
원전 1기를 계속운전으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일반적으로 신규 원전 건설비용의 1/5 정도로 기술발전에 따라 계속운전에 대한 안전성이 높아지고 신규원전 개발보다 경제성이 높은 만큼 계속운전은 전 세계적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30년까지 수명을 다하는 세계의 원전은 약 300여개에 달하며 이에 따라 500조원이 넘는 거대한 계속운전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리 1호기를 성공적으로 계속운전하고 있으며, 월성 1호기도 계속운전 심사가 진행 중에 있다.
특히 고리 1호기는 2008년 계속운전 돌입 후에도 국내 최초로 5회 연속무고장안전운전(1,787일)을 달성해 우리나라의 계속운전의 기술적 안정성을 대내외에 입증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 추진과 운영 노하우를 기초삼아 계속운전 기술을 발전시켜 향후, UAE 신규원전 수출을 잇는 우리나라 제2의 원전 수출상품으로 육성하고 거대 계속운전 시장을 선점해 원전산업 중심국으로 도약시킬 전략이다.
하지만 비단 수출상품으로 육성하려는 대외적인 측면만이 우리가 계속운전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는 아니다. 연일 계속되는 강추위로 최대 전력수요가 사상 최대치를 잇달아 갈아치우고, 예비전력도 비상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전력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는 지금,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이라 할지라도 안전성이 담보된다면 계속운전을 통해 전력 공급에 기여하는 것이 국가적인 측면에서 여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올해 초 범정부적인 민관 합동 ‘해외원전사업 최고전략회의’를 신설, 원전과 다른 사회간접시설(SOC) 사업을 연계하는 ‘패키지 상품’ 개발 및 원전수주 전문회사 설립 등 전면적인 원전 수출체계 개편에 나서며 UAE 원전 수주 이후 치열해진 원전 강국의 견제를 돌파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른바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오는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300여기의 원전이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며 최소 7천500억~1조 달러 규모의 거대한 원전 시장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우리가 보유한 세계 최고의 원전 운영기술과 ‘스마트원자로’, ‘계속운전’에 민관의 줄탁동기(?啄同機)가 하나로 합쳐져 제 2, 제 3의 UAE 낭보가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출처 : 경상매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