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원전수주로 기대를 모았던 핀란드 ‘오킬로토(Olkiluoto) 4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가 무산됐다. 이로써 한수원은 해외 원전 시장 진출 시도를 위한 첫 번째 도전이 불발됐다.

TVO사는 지난 20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핀란드 정부에 오킬로토(Olkiluoto) 4호기 Dip(Decision-in-Principle) 유효기간의 연장을 신청했으며 건설허가를 위한 새로운 일정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힌 내용을 본지가 단독으로 확인했다.

특히 TVO사는 “오킬로토(Olkiluoto) 3호기 건설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현재의 유효기간 내 4호기 원전의 건설허가 등 중요한 결정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또 TVO사는 새로운 원전을 건설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나 투자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므로 운전환경은 물론 발전용량 등을 고려해 적절한 일정으로 수행돼야 함을 강조했다.

따라서 TVO사는 “건설호기 신청일을 5년까지 연장하는 것을 핀란드 정부에 제안했으며 상업운전일은 2020년대 후반이 될 것”이며 “투자 전제조건을 개발해 4호기 사업을 진행할” 뜻을 거듭 밝혔다.

TVO사는 10개 기업 및 45개 에너지회사로 구성된 주주들에게 전력을 원가로 공급하기 위해 설립된 핀란드 원자력발전회사로 1970년대에 도입한 오킬로토(Olkiluoto) 1‧2호기를 운영하고 있다. 또 프랑스 아레바사가 오킬로토 3호기를 건설 중이었다.

그러나 오킬로토 3호기가 당초 건설 계획과 달리 공정률이 늦어지면서 TVO사와 아레바사간 불화설이 결국 법정 공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TVO사는 오킬로토 4호기에 대한 다른 사업자를 찾고 있었다.

이에 지난해 1월 31일 한수원은 UAE에서 성공적으로 건설 중인 APR1400 노형을 바탕으로 한국전력기술, 두산중공업,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PS, 삼성물산 및 SK건설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서를 제출했었다.

오킬로토 4호기의 건설허가 신청은 오는 2015년 중반으로 계획돼 있으며 건설은 주주들의 투자결정 및 건설허가 취득 이후에 착수될 예정이었다. 이에 가압경수로형인 APR1400(한국), EPR(아레바, 프랑스), APWR(미츠비시, 일본)과 비등경수로형인 ABWR(도시바, 일본), ESBWR(GE/히타치, 미국/일본) 등 TVO사의 입찰초청을 받은 5개 원자로형이 경쟁을 벌였으며 최종 우리나라와 일본이 2배수에 올랐다.

당초 TVO사는 150여명의 인력을 투입, 종합적인 기술 및 경제성 평가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거쳐 지난해 연말까지 최종공급자를 선정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최종 선정이 미뤄지면서 관련업계에서는 “TVO사가 오킬로토 4호기 건설 사업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그 같은 소문을 뒤받침하듯 원자력산업계는 TVO사의 최대 주주이며 핀란드 국민기업인 ‘노키아의 파산’과 오킬로토 3호기 건설 지연으로 적기에 전력을 판매하지 못함에 따른 영업수익 손실 등이  TVO사의 4호기 건설에 대한 투자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결국 소문으로 돌던 ‘오킬로토 4호기 건설 무산’이 사실화되면서 한수원은 “1년 여 넘게 수주를 위해 매달려 왔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허탈하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다.

현재 한수원은 정부에 이 같은 사실을 보고했고, 발표시점 등 향후 대책을 수립 중이며 프로젝트 컨소시엄에 참여한 관련사들과는 추후 일정 등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불황기를 겪고 있는 국내 원자력산업계는 가장 유력한 수주 프로젝트로 ‘오킬로토 4호기’를 꼽았던 상황에서 관련업계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원자력산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요구하는 핀란드 원전 건설사업 참여가 비록 불발로 그쳤지만 결코 아쉬움만 남긴 것은 아니”라며 “전 세계 원전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는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자신감을 얻었으며 한국형 원전의 안전성과 기술성을 입증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