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사장 조석)이 기자재 공급체계를 원전산업 특성에 맞게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전체 공급망을 총체적으로 관리해 납품비리를 원천 봉쇄하는 한편 품질확보를 위해 저가 위주의 입찰제도도 손을 본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원전산업 특성에 맞춘 ‘한수원형 SCM(공급망관리) 체계’ 구축을 추진하기로 하고 연구용역을 진행 중에 있다.

　SCM 체계는 원전의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가장 좋은 품질의 제품을 합당한 가격으로 적기에 공급받을 수 있도록 협력회사, 계약, 재고통제, 자재관리, 품질보증 등 전체 공급망(Supply Chain)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우선 기자재 납품 관리의 컨트롤타워 격인 SCM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공급망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SCM 통합정보시스템이 구축되면 기자재의 납품에서 폐기까지 생애주기적 모니터링이 가능해 단계별 문제가 발생할 시 절차에 따른 조기대응 체계가 이뤄진다.

　현행 입찰제도 등 공급망 구조의 문제점 개선방안도 검토된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적정가격(Fair Value) 보장이다. 현행 최저가낙찰제의 경우 공급사가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낙찰을 받는 사례가 종종 발생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품질 저하로 이어져 결국 발전소 안전에 영향을 미친게 된다.

　최근 5년간의 계약실례분석을 통해 가격결정구조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도출한다는 복안이다. 한수원 측은 “SCM 구축을 통한 가치지향구매(VOP)로 공급자에게 적정가격을 보장함으로써 공급가격의 왜곡을 방지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한, 납품비리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었던 품질검증 비용에 대한 개선책도 강구한다. 현재와 같은 고비용 구조에서 공급자가 수익을 얻기 위해선 품질서류의 위ㆍ변조 등 불법행위의 유혹을 떨쳐낼 수 없기 때문이다. 기기검증 비용을 직접지급하는 등 품질보증 확보 방안이 검토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높은 품질이 확보된 공급자와는 수의계약의 범위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된다. 공개경쟁 입찰을 진행할 경우 제작ㆍ품질능력이 부족하고 조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공급자와 계약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원전의 안전과 직결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수의계약을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법령 및 규정의 보완을 건의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