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설계 기술제안으로 발주되는 신고리 원전 5ㆍ6호기 주설비공사에 기술 대 가격의 가중치가 최대 8대 2로 적용될 전망이다. 그만큼 시공기술력을 철저히 검증해 원전에 대한 안전성과 신뢰성을 끌어올린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25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신고리 5ㆍ6호기 발주를 앞두고 가중치에 대한 실무적인 검토를 마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기술 대 가격의 가중치는 6대 4에서 최대 8대 2까지 고려하고 있다. 최종 결정은 조만간 열릴 특수계약심의위원회에서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력 중시는 입찰제도가 바뀌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바이다. 한수원은 저가투찰에 대한 폐해를 완화시키기 위해 그동안 최저가 낙찰제로 발주했던 원전 주설비공사를 이번 신고리 5ㆍ6호기부터 실시설계 기술제안 방식으로 전환시켰다.
그러나 8대 2까지 고려하는 것은 다소 의외다. 과거 턴키(설계ㆍ시공일괄입찰) 공사에 8대 2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2010년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개정으로 현재 턴키ㆍ대안공사의 경우 최대 7대 3을 넘을 수 없다.
계약예규 ‘일괄입찰 등에 의한 낙찰자 결정기준’에는 기술적난이도에 따라 A(기술강조형), B(균등평가형), C(가격강조형) 등 3가지 등급으로 나누고 등급별로 설계(기술) 가중치 적용 범위를 예시하고 있다. A등급이라 해도 추정가격 500억원 미만의 공사는 60%를, 500억원 이상 공사는 70%를 초과할 수 없다. 결국 7대 3이 최대인 셈이다.
한수원이 8대 2까지 고려할 수 있는 배경은 신고리 5ㆍ6호기가 기술형입찰 중에서도 기술제안 방식이기 때문이다. 계약예규의 일괄입찰 등에 의한 낙찰자 결정기준은 턴키나 대안 공사에만 해당될 뿐 기술제안에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기재부 관계자도 “현재 계약예규 상 기술제안 공사는 최대 7대 3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일단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실적사 관계자는 “최근 기술형입찰에서는 기술점수를 가격점수로 뒤집는 사례가 너무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면서, “8대 2로 나올지는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발주기관에서 기술력을 중시하는 모습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 차점자의 점수를 일괄적으로 깎는 강제차등방식은 적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 관계자는 “기술력을 중시해야 하지만 우리가 요구하는 기술력에 어느 정도 도달했다면 가격점수도 반영해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고리 5ㆍ6호기는 울진 신고리 원전부지 190만㎡에 건축면적 4만4610㎡ 규모로 지어진다. 주설비공사의 공사비는 1조35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