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해체시장 “새로운 ‘블루오션’ 될 수 있다”

정부, 2012년 원자력 시설 해체기술 개발전략 수립 독자적 해체기술 확보…해외시장 선점 노려볼 이유

 

▲ 서울 공릉동(現 한국전력 중앙연수원 부지)에 소재한 TRIGA Mark-Ⅱ 연구용 원자로(연구로 1호기)는 1959년 7월에 착공되어 1962년 3월 19일 첫 임계에 도달한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로. 1995년 1월에 가동 정지돼 현재 해체 작업 중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해체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원전 해체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독일, 이탈리아 등이 원전의 단계적 포기 정책을 선언하는 등 원자력 정책의 변화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원전 해체(decommissioning)에 대한 관심은 더욱 더 증가하고 있으며 해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독자적인 해체 핵심 기술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원자력 선진국으로부터 기술도입에 따른 국가 경제의 심각한 손실과 더불어 확대되는 세계 해체 시장의 진출이 어려워 국가적으로도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기회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의 해체 선진국들은 다양한 원자력 시설 해체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독자적 기술 기반을 구축한 상태이다. 현재에는 기술의 안전성, 효율성, 친환경성 등을 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연구로 및 우라늄 변환 시설의 해체를 통해 소규모 저 방사능 시설의 해체 기술을 확보한 상태이나, 원전과 같은 대규모의 고방사능 시설의 경우는 그동안 수명 연장을 통한 계속운전에 중점을 두어왔기 때문에 해체 기술의 확보는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원자력전문가들은 원전 해체기술이 우리의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서균렬 서울대 교수는 “해체기술을 확보하지 않으면 막대한 폐로비용을 미국, 프랑스나 일본에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이는 마치 초기 원전을 일괄발주 방식으로 지으면서 막대한 외화를 벽난로에 집어 던졌던 1970년대를 되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 교수는 “원전 해체는 원자로 건설과 달리 국가간 기밀사항이 없기 때문에 독자적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곧바로 외국 기업과 합작을 통해 원전 해체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유리하다”며 “현재 가동중지된 원전들의 해체 작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해체 인력이 없어서다. 기술을 독자 개발하는 ‘추격형’이 아니라 인력을 세계 시장에 파견해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기술력도 함양시키는 ‘동참형’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IAEA, 해체시장 2050년 1000조원 예상
원전 해체 기술이란 수명을 다한 시설을 자연환경으로 환원하거나 재이용 할 수 있도록 안전하게 시설의 철거와 부지를 복원하는 기술이다.

국내외 원자력시설 해체 시장의 본격 도래에 대비해 원자력시설 해체에 필수적인 핵심 기반기술의 확보 필요성에 따라 2012년 11월 개최된 제2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도 원자력 해체 핵심기술 개발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 이는 국제 경쟁력있는 기술 확보를 위해 ‘제4차원자력 연구개발 5개년(2012-2016) 계획’ 중 해체 기술분야를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체계화하여 추진하자는 정부의 의지이다.

2011년 발간된 IAEA자료에 따르면 2040년까지 가동 중인 430여기의 원전 중 약 270여기가 해체되어 약 900억 달러(약 100조)의 시장이 형성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는 1000MWe급 원전1기 해체 시 약 3억5000만 달러에서 5억 달러가 소요되는 것을 기준한 액수이다.

나아가 원전을 포함해 핵연료주기, 연구로, 핵무기제조시설 등 망라한 원자력 해체 전체시장은 2050년까지 약 9800억(약 1000조) 달러에 이를 전망다.

우리나라는 2009년(1997-2009, 170억) 연구로 2호기인 TRIGA Mark-II 해체 및 2011년(2001-2011년, 120억) 우라늄 변환시설 해체를 통해 소규모 시설의 해체 기술을 확보한 수준이다. 또 ‘방사성 오염토양 제염기술’은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2011년 12월 산업체 기술을 이전한 바 있다. 다만 원전 등 고방사능 대형 원자력시설의 해체에 필요한 국내 기술력은 선진국대비 70%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원전 1차 계통 제염기술, 고방사성설비 원격 절단 및 철거 기술 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이에 정부는 2012년부터 제염 해체 기술에 대한 투자가 시작했고, 2012년 40억원 정도를 우선 투입했으며 ‘원자력 시설 해체기술 개발전략’ 수립을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40억 이상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원자력시설의 안전해체라는 기술자립은 물론 해외 해체기술의 국내시장 잠식을 방어할 수 있는 독자적 해체 기술 확보로 이어질 것이다.

◆원전 해체 출구전략 “해체학계 현주소부터 살펴라”
지난해 5월 한 ‘원전해체 기술워크숍’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원전의 해체시기는 빠르면 2019년, 늦으면 2029년으로 전망된다. 해체 개시시기가 2029년이면 작업수행 기업들이 15년 후에 수행될 사업을 위해 지금부터 준비나 투자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국내에서는 최근에 와서 해체정책 등에 관한 검토가 시작돼 이러한 정책들이 논의되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는 확실한 정책은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해체 규제에 관한 조항은 원자력법 및 그 시행령, 시행규칙에 원자력 시설의 해체 책임과 해체 계획서 제출 및 허가 취득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체를 위한 시설의 규제범위, 정확한 기술기준, 안전관리 기준 등 실무를 위한 조항은 전혀 규정돼 있지 않아 다른 분야의 조항들을 묵시적으로 준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의 해체관련 산업의 인프라는 전혀 없으며 이 원인은 전체적으로 아직 원전 해체의 필요성이 없기 때문에 공급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해체의 공급이 시작돼 이러한 인프라가 자생적으로 발생하기를 기대한다면 막대한 국내 원전 해체시장은 외국의 차지가 될 것으로 예상돼 적절한 시기에 인프라 구축을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해체사업을 수행하는 조직에 대해 관리조직과 작업수행조직으로 구성하는 등 구조만 조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표준해체 절차서나 모의해체 계획서를 공동으로 작성해 상세한 국내 기술 현황과 해체과정에서의 수요 및 공급방안을 검토해야 하며 그 시작 시기는 원전의 해체가 시작되기 적어도 6년 전이 바람직하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원전 해체는 건설보다 시간이 더 소요되고, 운영 중 발생하는 폐기물보다 더 많은 양이 한꺼번에 발생되며 고난이도의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 준비가 요구된다.

한편 IAEA 발표에 따르면 세계원전 운영현황과 해당국가의 논문수는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원전 수가 많은 미국, 프랑스, 일본에서 원전해체와 관련된 논문도 다른 국가에 비해서 월등하게 많이 산출됐다.

다만 이탈리아와 독일은 예외적이다. 두 국가의 경우, 보유한 원전 수에 비해 원전해체에 대한 연구가 훨씬 왕성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이유는 이탈리아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듬해인 1987년 국민투표를 통해 원전을 폐지하였고, 독일은 1990년 이후 탈원전을 준비해왔으며, 2002년 4월 원자력법을 개정하여 원자로 신설을 금지하고, 기존 원자로를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하였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진다.

논문 1편 이상을 작성한 총 53개 국가에 대해서 논문 수와 피인용도를 보면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가 논문 수와 논문의 피인용도가 모두 평균 이상이었고, 한국은 논문 수는 평균보다 약간 높지만, 논문의 질을 평가하는 논문당 평균 피인용도는 그리 높지 않다.

논문 수 상위 15개국 간 협력 네트워크를 보면 많은 논문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러시아가 주도적으로 원전해체 기술에 대한 협력을 수행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영국, 일본, 미국과만 일부 협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 교수는 “결론적으로 원전 해체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우리나라는 아직 연구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고, 아직까지 선진국의 협력 네트워크에는 제대로 편입되지 못하고 있다”며 “원전해체 시장이 2020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루 빨리 원전해체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 및 다른 국가와의 기술 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체ㆍ제염 연구개발 허브…원전해체안전연구센터 개소
원전 해체 시장이 새로운 글로벌 블루 오션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원전해체는 원전해체준비, 제염, 원격해체, 해체폐기물처리, 환경복원 등 여러 기술이 어우러지는 종합 엔지니어링 기술의 집합체이다.

특히 원전과 같은 대규모의 해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해체 기술의 확보와 더불어 산업체 능력 배양, 인력 양성 및 해체 제도의 준비가 필요하다. 기술의 실용화 단계에서는 산업체의 참여가 필수적이며 다양한 분야의 융복합 분야인 해체 사업을 수행할 인력양성과 해체 기술 기준의 준비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

이에 한양대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추진하는 ‘원전해체안전연구센터’를 유치하고, 지난해 11월 4일 개소식을 가졌다. 원전해체안전연구센터는 향후 5년간 80억 원을 들여 원전해체안전규제기술 개발, 교육훈련사업, 산학협력사업, 학술활동, 독일·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교류 사업 등의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전해체안전연구센터는 국내 원전 해체 제염 연구 개발의 허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다가올 블루오션 시장에 대비할 수 있는 독자 기술 개발과 국제 수준의 전문 인력을 양성해 나갈 계획”이라며 “국내 관련 산-학-연 연구 및 기술 개발 교류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정례적인 워크숍과 심포지엄 등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구 초반에는 원전의 해체 제염 경험이 풍부한 국가의 연구 기관이나 교육 기관과의 교류를 통해 간접 경험을 축적해 나갈 계획이며 이 계획의 일환으로 오는 2월 말 MOU를 체결한 독일 칼쓰루 공대와 국제 공동으로 국제 훈련 캠프도 열 예정이다.

원전해체안전연구센터 연구 사업에는 한양대, 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부산대, 티유브이 라인란드 코리아(TUV Rheinland Korea) 등 4개 연구팀 및 3개 협력 업체가 참여하게 되며 향후 5년간 원전 해체 안전 규제 기술 개발, 교육 훈련 사업, 산-학 협력 사업, 학술 활동, 독일 및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 교류 사업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출처 : 한국원자력신문 2013.1.6